너에게 이렇게 젖을 줄 알았다면 우산이라도 쓸 걸. /지민석, 유귀선, 너의 안부를 묻는 밤 , 좋아해.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 하나마키에겐 낯설고, 버겁기만 했다. 본래 연애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이었기 때문일 터였다. 그에겐 배구가 전부였고, 굳이 배구 뺀 한 가지를 더 고르자면 슈크림 정도. 그 정도로 사랑에 무른 사람이었다. 그런 하나마키에게 새로운 감정을 일깨워준 것이 마츠카와. 그는 하나마키에게 다정했고 그런 그에게 새로운 감정을 갖는 것은 아주 순식간이었다. 그들이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아주 단순했다. 솔직하고 담백한 하나마키의 고백을 마츠카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주 주말에는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마츠카와와 하는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하나마키에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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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마츠카와 X 성인 하나마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하나마키 타카히로,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 사람은 나의 옆집에 사는 사람으로 아주 가끔 상냥한 모습을 보였고, 외모는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로 예뻤다. 누군가 내게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집어 말할 수는 없었으나 꽤나 오랫동안 좋아해 왔었다고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첫인상은 아주 단순했다. 옆집으로 이사 온 2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 멀리서 보아도 눈에 띌 분홍색 머리는 염색한 것일지, 같은 시시한 의문이 드는 정도의 사람. 이웃이라고 하여 인사하며 친하게 지낼 정도로 정감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그의 외모는 내가 관심을 두기에 충분했다. 그것을 처음에 자각하지 못했을 뿐. 그와 제대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
이젠 어떻게 해야 해? 이렇게 결정적인 감정은 어떻게 해야 해? -박지혜. 초록의 검은 비 , 무언가에 질리는 것은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하던 게임들도, 심지어는 사람까지도 질리기에 십상이었던 하나마키는 무엇이든 한 달을 채 가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먼저 다가오는 인연을 되돌려 보내지는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는 꽤 많은 여자에게 상처를 주었더랬다. 장난감도, 게임기도, 사람도 제멋대로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면 휙- 던져버리는 것이 그였으니, 그가 나온 중학교에서 아마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꽤 잘생긴 외모에 커다란 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나마키는 운동부였다. 여자들의 마음을 사기에 아주 좋은 조건만을 가지고 있는 그였고, 오는 사..
[마츠하나] 다 주것따 꽃이 생생하게 피어오르던 그 날을 나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모든 기억을, 그 시절 그 느낌, 감정 그대로 고스란히 담아두려 끊임없이 되새길 것이고, 욕심은 끝도 없이 커져 곱디고운 하얗고 긴 손가락에 청아한 옥 반지를 끼워주며 사랑을 고백할 테다. 내 것이 된 탐스러운 너를 욕정 하며, 너를 안으리라. 그 시간의 끝에 서서는 날카로운 것들에게 목을 조여 두려움에 몸을 떨다 그 흉측한 것에 찔리기 전에 꽃과 함께 자결할 것이다. 내 생의 모든 것을 너와 함께, 하나마키 타카히로와 함께 하리라. , 1월 27일, 아버님이 말씀하시길 나와 명을 함께할 아이가 태어난 날이라고 하셨다. 이것을 따로 칭하는 말은 꽃의 날. 아이의 이름이 꽃 화(花)자를 써서 하나, 하나마키 타카..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이가 하나 살았어요. 아이는 궁금한 것 투성이라 해가 떴다 하면 달려 나와 이곳저곳을 쑤셔보고 다녔습니다. 엊그제는 저 쪽에 있는 큰 바위 뒤에 있는 것이 궁금하다며 바위에 매달리다 떨어질 뻔 하였고, 보름 전쯤엔 호랑이가 신기하다며 만지려하다 물려 죽을 뻔 하기도 하였고요. 나쁘게 말한다면 바보 같은 아이였지만, 좋게 말한다면 용감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오늘은 경사가 급하다 못해 절벽 수준이었던 곳, 깊고도 깊어서 아래쪽을 보려 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그곳의 아래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며 보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높이의 절벽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한 삼십분쯤 지났을까요. 아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한 땀이 맺혀 ..
마츠카와는 연애에 서툴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처음인 연애였고, 나 또한 그러했다. 둘 다 연애의 필요를 모르겠다던 사람들이었다. 그도 나도 딱히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애인으로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 서로가 처음이다. 이토록 서로에게 목맨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운명이기 때문 아닐까, 하는 쑥스러운 생각을 품고 있다. 마츠카와를 특별하게 여길 수 있게 된지 대략 100일 정도 되었다. 낯간지럽다는 핑계로 수를 세진 않았으나 사귀게 된 날을 잊을 수 없으니, 오늘이 며칠인지만 안다면 어느 정도 됐는지 유추해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처음엔 마츠카와 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다음은 마츠카와의 달콤한 말들을 기대했다. 그리고 이젠 그의 손길을 원한다. 티를 낼..
내 세계가 부셔졌다. 오롯이 너만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바꿔놓았던 나의 세계에서 네가 사라졌다. 마츠카와와의 추억으로, 마츠카와의 향기로, 마츠카와의 목소리로, 달콤하기만 한 그로 채워 놓았던 나의 세계가 잔인하게 부셔졌다. 몇 달, 혹은 몇 년을 바라보았을지도 모를 내 사람이 죽었다. 나의 육체와 정신을 바쳐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그가 사라지니 조금 이상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허무함이 내 근처를 맴돌았다. 마츠카와와 지냈던 고작 며칠 전들의 기억을 천천히 걸어보았다. 그와 무슨 일을 했었는지 정확하게 모든 것이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의 옆에 있을 때의 감정은 아직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언제부터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일상에 물들어 있는 그를 향한 나의..
"너와 나는 끝내 만날리 없는 여름과 겨울. 내가 다 없어지면 그때 너는 예쁘게 피어" 서덕준, 상사화 꽃말 , 하나마키와 나는 상성이 나빴다. 내가 곁에 있으면 어여쁜 나의 꽃이 져가는 느낌. 무어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나는 하나마키에게 해가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제 애인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진다 생각해 보아라. 그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참을 고민했다. 내 꽃을 곁에 두어선 안 된다. 시들다 못해 건들면 바스라질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에 사실을 부정했다. 내 탓이 아닐 것이라며, 그저 모든 게 우연일 것이고, 재수 없이 그 사이에 내가 들어 있었을 뿐이라고. 핑계 같지도 않은 핑계를 마치 생명 줄인 듯 잡고 놓지 않았다. 이것도 없다면 나는 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