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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마츠카와 X 성인 하나마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하나마키 타카히로,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 사람은 나의 옆집에 사는 사람으로 아주 가끔 상냥한 모습을 보였고, 외모는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로 예뻤다. 누군가 내게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집어 말할 수는 없었으나 꽤나 오랫동안 좋아해 왔었다고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첫인상은 아주 단순했다. 옆집으로 이사 온 2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 멀리서 보아도 눈에 띌 분홍색 머리는 염색한 것일지, 같은 시시한 의문이 드는 정도의 사람. 이웃이라고 하여 인사하며 친하게 지낼 정도로 정감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그의 외모는 내가 관심을 두기에 충분했다. 그것을 처음에 자각하지 못했을 뿐.
그와 제대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기 시작한 것은 이사를 오고도 두 달이 지난 뒤였다. 부 활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열쇠를 잃어버린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부모님은 일찍 들어온다고 가정하더라도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오이카와나 이와이즈미에게 연락해볼까 싶었지만 애매한 시간에 민폐가 아닌가 싶어 집 앞에 있는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누군가 내 앞에 서는 기척에 넋 놓고 있어 흐려져 있던 눈에 초점이 맞춰졌다.
“집 안 들어가?”
옆집 사는, 그래 하나마키 타카히로였다.
“열쇠, 잃어버려서.”
“부모님은?”
“늦게 들어와요.”
“그럼 우리 집에라도 가 있을래?”
어색할 것이 분명했기에 거절할까 싶었지만, 저녁이라 낮아진 기온에 몸을 떨고 있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싶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름이 뭐야?”
먼저 입을 뗀 것은 하나마키였고, 그 질문은 어색함을 깨기 위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마츠카와 잇세이요.”
꽤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인사부터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취미라던가, 나중에는 배구라는 공통점까지 찾아내어 대화하기 훨씬 수월해졌다. 하나마키를 형이라고 부르게 된 것도, 하나마키의 외모가 예쁘단 것을 깨달은 것도, 그에 대해 새로운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아마, 전부 이날부터였을 것이다.
, “형, 좋아해요.”
“...어?”
“좋아해.”
내 나름의 고백이었다. 딱히 많은 고민을 하고 한 고백은 아니었기 때문에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인지 하나마키는 잠시 당황하는 듯싶더니,
“장난이었지?” 라며 웃어넘기는 것에 나는 괜한 오기가 생겨서
“글쎄요-. 두고 보면 알겠지.” 라고 심술궂게 답했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하나마키에게 고백했다. 반은 진심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은 하나마키에 대한 심술, 그리고 반은 정말 좋아한단 감정 그 자체 때문에. 그리고 진심이 담긴 대답을 받게 된 것은 심술 맞은 고백이 시작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다 커서 와.”
실로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었다. 하나마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그랬기에 고백할 수 있었던 거였는데, 그런 대답을 듣자니 모두 내 착각일뿐이었던 거였는지 싶어 비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나 싫어요?”
“아니”
“그럼, 좋아?”
“노코멘트”
애매한 답에 답답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이 이상 하나마키와 가까워질 수 없는 건가 싶어 숨이 턱 막혔다. 이 상태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더 가까운 것을 원했다. 깊은 것을 원했다. 하지만 하나마키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날의 대화에는 부정의 대답이 전혀 없었다. 아직은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아주 만약에 하나마키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렇다면 왜 받아주지 않는 것일까. 아니 사실 답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머리가 터질 듯 복잡하지 않은 것이겠지.
‘역시, 나이 때문이려나.’
나는 19살이었다. 하지만 하나마키는, 형은 26살이었다. 7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특히 학생과 성인이라는 점에서 큰 벽을 느끼게 하였다. 그것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마 내가 형을 아주 많이 좋아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생일 일주일 남았어요.”
“기억하지, 한 달 전부터 귀에 닳도록 말해댔잖아.”
“선물은?”
“몰라”
“그럼 나 그날 소원 하나만 들어줘요.”
어찌 보면 뻔해 보이는 부탁이었지만, 그만큼 나는 많이 급해져 있었다. 빨리 하나마키와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재촉했다. 생일이 다가올수록 설레서 다른 것에 집중되지 않았다. 수업 중에도 지적을 여럿 받았고 그것은 부 활동을 하면서까지 이어졌다. 이와이즈미는 내게 무슨 일 있느냐며 걱정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 반대의 상황이었다. 좋아서, 설레서 정말 말 그대로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생일 당일 하나마키의 집으로 찾아갔다.
“형, 저 왔어요.”
하나마키는 내가 했던 말이 신경 쓰였는지 조금 뒤에야 문을 열어주었다.
“소원, 뭔데.”
퉁명스러운 말투에 대답 없이 하나마키의 팔을 잡고 방으로 갔다.
“형이 계속 막으니까”
이마에 입을 맞췄고,
“내가 먼저 하려고.”
눈에 입을 맞췄고,
“고딩한테 따먹히는 기분,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코에 입을 맞췄고,
“뭐, 생각해볼 필요도 없지, 지금 지겹도록 느낄 텐데.”
마지막으로 입에 입을 맞췄다.
“좋아해요,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