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마츠하나 전력

2016. 12. 18. 12:09
마츠카와는 연애에 서툴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처음인 연애였고, 나 또한 그러했다. 둘 다 연애의 필요를 모르겠다던 사람들이었다. 그도 나도 딱히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애인으로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 서로가 처음이다. 이토록 서로에게 목맨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운명이기 때문 아닐까, 하는 쑥스러운 생각을 품고 있다.
 마츠카와를 특별하게 여길 수 있게 된지 대략 100일 정도 되었다. 낯간지럽다는 핑계로 수를 세진 않았으나 사귀게 된 날을 잊을 수 없으니, 오늘이 며칠인지만 안다면 어느 정도 됐는지 유추해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처음엔 마츠카와 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다음은 마츠카와의 달콤한 말들을 기대했다. 그리고 이젠 그의 손길을 원한다. 티를 낼 수는 없으나 그와의 스킨십을 원했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애매한 일이었고, 오이카와에게 고민 상담을 하기에도 부끄러워 속에 담고만 있는 비밀이었으나, 그 욕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갔다.

달콤한 너의 입술을 탐내다.

,


평소와 같다. 평소와 같은 애칭으로 하나마키를 부르며 평소와 같은 말들을 주고받는다. 항상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제저녁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대부분은 배구 이야기. 아마 서로가 통할 수 있는 공통 소재라 그런 것 아닌가 싶다.

“겨우살이 나무 아래에선 아무나 상대에게 키스를 할 수 있대.”

뜬금없는 말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키스도 나무도 로맨틱한 풍습도 모두 나올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아까부터 무엇에 정신이 팔린 것인지, 나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있었고, 반응도 느렸다. 응, 그래? 같은 성의 없는 대답밖에 없던 하나마키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당황스럽다거나, 의미를 모르겠다거나. 뭐, 그런 기분. 말하고는 금방 얼굴을 붉힌 채 “미안, 그냥 무시해도 되는 얘기였어."라며 오늘은 그만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하나마키를 나는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말의 숨은 뜻을 눈치채다.

,

 미친 짓이지.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눈치 빠른 마츠카와가 내 말의 의도를 눈치 못 챘을 리 없다.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왜 말했을까. 조금은 고의가 아니었나. 그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꺼낸 말이 아니었을까.
 
 복잡한 감정을 없애려 눈을 감다.

,

"잠깐 볼까."
 하나마키와 약속을 잡았다. 내 꽃이 원하는 게 있다는데 들어줘야지. 못 나올 것 같다는 하나마키를 억지로 데리고 나왔다.

 겨우살이 나무 아래에서

"키스해도 될까."

꽃에게 입맞춤하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