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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먼 옛날 아이가 하나 살았어요. 아이는 궁금한 것 투성이라 해가 떴다 하면 달려 나와 이곳저곳을 쑤셔보고 다녔습니다. 엊그제는 저 쪽에 있는 큰 바위 뒤에 있는 것이 궁금하다며 바위에 매달리다 떨어질 뻔 하였고, 보름 전쯤엔 호랑이가 신기하다며 만지려하다 물려 죽을 뻔 하기도 하였고요. 나쁘게 말한다면 바보 같은 아이였지만, 좋게 말한다면 용감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오늘은 경사가 급하다 못해 절벽 수준이었던 곳, 깊고도 깊어서 아래쪽을 보려 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그곳의 아래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며 보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높이의 절벽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한 삼십분쯤 지났을까요. 아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한 땀이 맺혀 있었고 처음으로 아이의 입에서 "그만 할래."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꽤나 신기하기도 한 일이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부정적인 말이니까요. 아이는 다시 절벽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내려갈 때 보다 더욱 더 천천히. 거의 고지가 보이자 아이는 마음을 놓고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가 이런, 발을 헛디뎌 균형을 잃고 떨어질 위험에 쳐했습니다. 죽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얇은 나뭇가지를 잡았지만 금방 끊어질 것이 뻔하여 아이는 그만 그 나뭇가지를 놓아버렸답니다.]
"바보 같지 않아?"
"왜?"
"끊기기 전인데 손을 놓아 버렸다는 게 이상하잖아"
.
.
.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모습뿐이 아니라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에게 하나마키는 금방 사랑에 빠졌고 그는 그것에 대한 마음을 그대로 전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나마키는 용감한 사람이었기에. 둘은 서로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주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곧 서로를 진심되게 사랑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마츠카와와 하나마키는 만난지 어언 1년이 되도록 서로에게 마음 한 번 상한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아끼고 사랑하고 맞춰나갔다. 그리고 둘은 상처 없이 헤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준 상처는 없었다. 혼자 아파 했던 것이었고, 헤어지고 나서의 상처는 있었으나 헤어지기 전의 상처는 없었으니 상처 없이 헤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것이 더 아름다운 사랑으로 느껴졌기에 나는 그 표현을 택했다.
헤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 하나마키의 두려움 탓이었다. 회사에 취직한 마츠카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고, 하나마키와 만나는 일수도 줄었다. 하나마키가 응원해주어야 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했다. 항상 곁에 있던 것이 하루라도 없으면 두렵고 걱정스러운 것처럼. 마츠카와도 그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물론 마츠카와를 믿는 마음이 더 컸다. 절대 자신에게 질린 것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더 컸다. 하지만 하나마키의 '의심'은 크기는 작은 것이 너무나도 위협적이어서 하나마키를 괴롭게 했다. 그리고 하나마키는 혼자 지쳐버렸다. 마츠카와를 여전히 사랑했다. 두려운 것 또한 여전했다. 하나마키는 먼저 손을 놓아버렸다.
,
힘들 때마다 눈을 감고 과거의 나를 상상했다. 나의 눈동자에서 가장 빛나고 있을 너를 상상했다. 처음 마음을 전할 때, 용기 있는 사람이지만서도 쑥스러운 것은 쑥스러운 것이라 얼굴을 붉혔던 그 때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첫 데이트 약속을 잡고 조금이라도 잘 보이기 위해 전 날 늦게까지 옷을 고르다 약속에 늦어 너를 기다리게 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푹푹 찌던 여름 뭣 모르고 휴가철에 열을 식히려 바다에 갔다 수많은 인파에 겁먹어 다시 돌아와 버렸던 그날을 떠올렸다. 사랑하는 너의 모습을 몇 백 번이고 곱씹어 상상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안부를 묻던 나의 메시지에 여전히 답이 없는 메신저 창이었고, 나는 또다시 좌절했다.
혼자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마음속에 박혀있던 응어리들을 토해냈다. 물을 틀어 놓은 이유는 우는 소리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모두 토해내리라. 모든 것을 잊고 평소와 다름없이 그를 만날 것이고, 평소처럼 밝은 얼굴로 그를 맞이하러 갈 것이니라. 그렇게 결심했다. 눈물을 흘릴 때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와 버리는 신음을 감추기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너무 작았다. 듣기 싫은 소리가 입을 막아도 멈추지 않았다. 이 소리를 듣기 싫다면 울지 아니해야 할 것이다. 나는 다시 다 못 토해낸 응어리들을 도로 가슴에 품고 잠시나마 피해있었던 현실로 돌아왔다.
항상 이런 식. 현실이 싫어 뒤로 돌아 달렸다. 도망쳤다.
그리고 이내 복속되다.
,
수 십 번은 더 혼자 연습했을 헤어짐을 전하기 위한 말들이 하나마키를 더 망가뜨렸다. 고백하는 말보다 더욱 힘든 말이었다.
말을 전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평소보다 더 신경 쓰고 준비했다. 하나마키는 아직 그를 사랑하고 있다. 준비하면서 느끼는 설렘이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그의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표정이 없는 게 나으려나. 하나마키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막상 그의 앞에 서니 미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기 전부터 연습하던 것들은 모두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나서 기쁜 마음과 곧 헤어질 것이라는 슬픈 마음이 합쳐서 이상한 표정이 지어졌다.
무엇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하나마키는 한참을 망설였다. 눈치가 없지 않은 마츠카와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고 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어디 갈까? 밥 먹을래? 카페 갈까? 딱히 갈 곳은 없었으나 어디라도 같이 가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많은 질문들에게 돌아온 답은 생뚱맞게도 이별의 말이었다.
"헤어지자." 하나마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니 놀랍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마츠카와에게 하나마키는 이별을 통보했고, 마츠카와에게서는 "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나마키는 그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고, 둘은 그렇게 서로를 떠나갔다.
나뭇가지가 끊길 것이 두려워 먼저 손을 놓아버린 아이는 바보였다.
하나마키 타카히로는 바보였다.
"바보 같지 않아?"
"왜?"
"끊기기 전인데 손을 놓아 버렸다는 게 이상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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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모습뿐이 아니라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에게 하나마키는 금방 사랑에 빠졌고 그는 그것에 대한 마음을 그대로 전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나마키는 용감한 사람이었기에. 둘은 서로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주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곧 서로를 진심되게 사랑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마츠카와와 하나마키는 만난지 어언 1년이 되도록 서로에게 마음 한 번 상한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아끼고 사랑하고 맞춰나갔다. 그리고 둘은 상처 없이 헤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준 상처는 없었다. 혼자 아파 했던 것이었고, 헤어지고 나서의 상처는 있었으나 헤어지기 전의 상처는 없었으니 상처 없이 헤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것이 더 아름다운 사랑으로 느껴졌기에 나는 그 표현을 택했다.
헤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 하나마키의 두려움 탓이었다. 회사에 취직한 마츠카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고, 하나마키와 만나는 일수도 줄었다. 하나마키가 응원해주어야 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했다. 항상 곁에 있던 것이 하루라도 없으면 두렵고 걱정스러운 것처럼. 마츠카와도 그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물론 마츠카와를 믿는 마음이 더 컸다. 절대 자신에게 질린 것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더 컸다. 하지만 하나마키의 '의심'은 크기는 작은 것이 너무나도 위협적이어서 하나마키를 괴롭게 했다. 그리고 하나마키는 혼자 지쳐버렸다. 마츠카와를 여전히 사랑했다. 두려운 것 또한 여전했다. 하나마키는 먼저 손을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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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마다 눈을 감고 과거의 나를 상상했다. 나의 눈동자에서 가장 빛나고 있을 너를 상상했다. 처음 마음을 전할 때, 용기 있는 사람이지만서도 쑥스러운 것은 쑥스러운 것이라 얼굴을 붉혔던 그 때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첫 데이트 약속을 잡고 조금이라도 잘 보이기 위해 전 날 늦게까지 옷을 고르다 약속에 늦어 너를 기다리게 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푹푹 찌던 여름 뭣 모르고 휴가철에 열을 식히려 바다에 갔다 수많은 인파에 겁먹어 다시 돌아와 버렸던 그날을 떠올렸다. 사랑하는 너의 모습을 몇 백 번이고 곱씹어 상상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안부를 묻던 나의 메시지에 여전히 답이 없는 메신저 창이었고, 나는 또다시 좌절했다.
혼자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마음속에 박혀있던 응어리들을 토해냈다. 물을 틀어 놓은 이유는 우는 소리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모두 토해내리라. 모든 것을 잊고 평소와 다름없이 그를 만날 것이고, 평소처럼 밝은 얼굴로 그를 맞이하러 갈 것이니라. 그렇게 결심했다. 눈물을 흘릴 때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와 버리는 신음을 감추기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너무 작았다. 듣기 싫은 소리가 입을 막아도 멈추지 않았다. 이 소리를 듣기 싫다면 울지 아니해야 할 것이다. 나는 다시 다 못 토해낸 응어리들을 도로 가슴에 품고 잠시나마 피해있었던 현실로 돌아왔다.
항상 이런 식. 현실이 싫어 뒤로 돌아 달렸다. 도망쳤다.
그리고 이내 복속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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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 번은 더 혼자 연습했을 헤어짐을 전하기 위한 말들이 하나마키를 더 망가뜨렸다. 고백하는 말보다 더욱 힘든 말이었다.
말을 전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평소보다 더 신경 쓰고 준비했다. 하나마키는 아직 그를 사랑하고 있다. 준비하면서 느끼는 설렘이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그의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표정이 없는 게 나으려나. 하나마키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막상 그의 앞에 서니 미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기 전부터 연습하던 것들은 모두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나서 기쁜 마음과 곧 헤어질 것이라는 슬픈 마음이 합쳐서 이상한 표정이 지어졌다.
무엇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하나마키는 한참을 망설였다. 눈치가 없지 않은 마츠카와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고 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어디 갈까? 밥 먹을래? 카페 갈까? 딱히 갈 곳은 없었으나 어디라도 같이 가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많은 질문들에게 돌아온 답은 생뚱맞게도 이별의 말이었다.
"헤어지자." 하나마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니 놀랍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마츠카와에게 하나마키는 이별을 통보했고, 마츠카와에게서는 "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나마키는 그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고, 둘은 그렇게 서로를 떠나갔다.
나뭇가지가 끊길 것이 두려워 먼저 손을 놓아버린 아이는 바보였다.
하나마키 타카히로는 바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