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어떻게 해야 해? 이렇게 결정적인 감정은 어떻게 해야 해? -박지혜. 초록의 검은 비 , 무언가에 질리는 것은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하던 게임들도, 심지어는 사람까지도 질리기에 십상이었던 하나마키는 무엇이든 한 달을 채 가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먼저 다가오는 인연을 되돌려 보내지는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는 꽤 많은 여자에게 상처를 주었더랬다. 장난감도, 게임기도, 사람도 제멋대로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면 휙- 던져버리는 것이 그였으니, 그가 나온 중학교에서 아마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꽤 잘생긴 외모에 커다란 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나마키는 운동부였다. 여자들의 마음을 사기에 아주 좋은 조건만을 가지고 있는 그였고, 오는 사..
[마츠하나] 다 주것따 꽃이 생생하게 피어오르던 그 날을 나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모든 기억을, 그 시절 그 느낌, 감정 그대로 고스란히 담아두려 끊임없이 되새길 것이고, 욕심은 끝도 없이 커져 곱디고운 하얗고 긴 손가락에 청아한 옥 반지를 끼워주며 사랑을 고백할 테다. 내 것이 된 탐스러운 너를 욕정 하며, 너를 안으리라. 그 시간의 끝에 서서는 날카로운 것들에게 목을 조여 두려움에 몸을 떨다 그 흉측한 것에 찔리기 전에 꽃과 함께 자결할 것이다. 내 생의 모든 것을 너와 함께, 하나마키 타카히로와 함께 하리라. , 1월 27일, 아버님이 말씀하시길 나와 명을 함께할 아이가 태어난 날이라고 하셨다. 이것을 따로 칭하는 말은 꽃의 날. 아이의 이름이 꽃 화(花)자를 써서 하나, 하나마키 타카..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이가 하나 살았어요. 아이는 궁금한 것 투성이라 해가 떴다 하면 달려 나와 이곳저곳을 쑤셔보고 다녔습니다. 엊그제는 저 쪽에 있는 큰 바위 뒤에 있는 것이 궁금하다며 바위에 매달리다 떨어질 뻔 하였고, 보름 전쯤엔 호랑이가 신기하다며 만지려하다 물려 죽을 뻔 하기도 하였고요. 나쁘게 말한다면 바보 같은 아이였지만, 좋게 말한다면 용감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오늘은 경사가 급하다 못해 절벽 수준이었던 곳, 깊고도 깊어서 아래쪽을 보려 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그곳의 아래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며 보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높이의 절벽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한 삼십분쯤 지났을까요. 아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한 땀이 맺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