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카와는 연애에 서툴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처음인 연애였고, 나 또한 그러했다. 둘 다 연애의 필요를 모르겠다던 사람들이었다. 그도 나도 딱히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애인으로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 서로가 처음이다. 이토록 서로에게 목맨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운명이기 때문 아닐까, 하는 쑥스러운 생각을 품고 있다. 마츠카와를 특별하게 여길 수 있게 된지 대략 100일 정도 되었다. 낯간지럽다는 핑계로 수를 세진 않았으나 사귀게 된 날을 잊을 수 없으니, 오늘이 며칠인지만 안다면 어느 정도 됐는지 유추해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처음엔 마츠카와 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다음은 마츠카와의 달콤한 말들을 기대했다. 그리고 이젠 그의 손길을 원한다. 티를 낼..
내 세계가 부셔졌다. 오롯이 너만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바꿔놓았던 나의 세계에서 네가 사라졌다. 마츠카와와의 추억으로, 마츠카와의 향기로, 마츠카와의 목소리로, 달콤하기만 한 그로 채워 놓았던 나의 세계가 잔인하게 부셔졌다. 몇 달, 혹은 몇 년을 바라보았을지도 모를 내 사람이 죽었다. 나의 육체와 정신을 바쳐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그가 사라지니 조금 이상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허무함이 내 근처를 맴돌았다. 마츠카와와 지냈던 고작 며칠 전들의 기억을 천천히 걸어보았다. 그와 무슨 일을 했었는지 정확하게 모든 것이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의 옆에 있을 때의 감정은 아직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언제부터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일상에 물들어 있는 그를 향한 나의..
"너와 나는 끝내 만날리 없는 여름과 겨울. 내가 다 없어지면 그때 너는 예쁘게 피어" 서덕준, 상사화 꽃말 , 하나마키와 나는 상성이 나빴다. 내가 곁에 있으면 어여쁜 나의 꽃이 져가는 느낌. 무어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나는 하나마키에게 해가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제 애인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진다 생각해 보아라. 그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참을 고민했다. 내 꽃을 곁에 두어선 안 된다. 시들다 못해 건들면 바스라질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에 사실을 부정했다. 내 탓이 아닐 것이라며, 그저 모든 게 우연일 것이고, 재수 없이 그 사이에 내가 들어 있었을 뿐이라고. 핑계 같지도 않은 핑계를 마치 생명 줄인 듯 잡고 놓지 않았다. 이것도 없다면 나는 더 이상..